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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7일 화요일

이정은, 스토킹


pm2:00친구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나는 혼자 길을 걸을때 가장 잡다한 생각을 많이 한다.
때문에 나는 친구와의 약속장소까지 가는 그 거리가 지루하지 않다.
pm2:10(대략) 약속 장소로 향하기 위해 버스를 타다.
문득 내 앞자리에 혼자 앉은 여자가 나와 같은 처지(친구를 만나기위해 약속장소로 향하는 길)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한 옷차림과 낮은 플랫슈즈 편하게 틀어올린 머리
'그녀는 동성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일것이다.'
가벼워보이고 작은 가방
'그녀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 약속 장소일 것이다.'
아직 다 빠지지않은 통통한 볼의젖살
'아마 고등학생이거나 20대 초반일 것이다.'
그 밖에..
' 그녀의 옷 차림새를 보아하니 멋을 부리기보단 편한 옷을 선호하고 개성적이기보단
지극히 평범한 성격의 소유자일 것같다. 작은 키를 싫어하기보단 귀여움을 강조하고 있는것
같다. 가방을 만지작 거리거나 자주 열어보는 것은 가방이 마음에 드는 물건이거나
평소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 일 수도 있다...
창밖을 바라볼땐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가끔 앞에 운전 기사 아저씨를 쳐다보는 것은
약속 시간에 늦어서 조금더 빨리 가주길 바라기때문일까??'
그녀의 종착역은 역시 나와 같은 역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여자는 유유히 인파속을 지나 약속장소를 향해 가는 것 같았다.
오늘의 타겟은 저 여자라고 정하고 내 멋대로 스토킹을 해보았다.

pm2:35 약속시간은 다가와 가지만 그녀의 뒤를 쫓는다.
일번가의 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녀를 스토킹 하게 된 것은 어쩌면 그녀와 나의 큰 인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 시야에서 그녀가 사라지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두고 쫓았다.
그녀는 일번가의 큰 가운대길을 따라 걸어 나갔다.
플랫슈즈를 신어서인지 걸음은 가볍다.
아직 어린 티를 못 버린 귀여운 걸음 거리다.
약간 팔을 젖거나 타박거리며 걷는다.
길을 가던중 이쁜 옷을 발견했는지 옷들을 뒤적여본다.
그리곤 근방 흥미를 잃고 다시 걸음을 옴긴다.
pm2:40(대략)약속장소에 도착한듯 하다.
약속장소는 거리가운데 위치한 테리야키였다.
그녀는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문 앞에 진열되 있는 음식 모형에 관심을 보였다.
아마도 그녀와 그녀의 친구는 점심약속을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녀와 그녀의 친구는 일번가라는 거리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길가에 그 많은 음식점중 하나를 지목해 만나기로 한 것은 둘다 이 가게를 안다는 것이다.
나와 버스를 탄 곳은 틀리지만 우리집과 그리 멀지 않았으므로 그녀와 나는 이웃사촌인 셈이다.
저 테리야키라는 음식점은 나도 자주 가는 곳이다.
그러므로 어쩜 그녀와 나는 의식하지 못한 순간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었을 확률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사람과 사람사이에 인연이란 것은 확률론보다도 더욱 깊은 연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때문에 귀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내가 그녀를 스토킹 하는 처지었지만 어쩜 난 그녀와의 또 하나의인연을 만드는 과정을 행한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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