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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7일 화요일

장수영, 미행


밤 9시 30분경, 나는 미행을 시작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집 앞 사거리,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는 나는 그저 멍 하니 앉아있었다. 그 때, 아름다운 여성이 지나간다. 나의 눈에는 연예인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그 여성분을 미행하기로 결정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행을 시작했다. 그녀는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하이힐이 발에 익숙하지 않은지 걸음걸이가 요상하다. 절뚝절뚝 위태롭게도 잘 걸어간다. 예쁘니 망정이지 예쁘지 않았으면 그냥 귀가 행이지만 일단 예쁘니까 따라가 본다.
계속 그녀를 따라가던 도중 나는 친구를 만난다. 내가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한눈을 판 사이에 그녀를 놓쳐버렸다. 이렇게 오늘의 미행이 실패로 끝나나 싶더니 다행히도 10분정도 후에 다시 나의 눈에 포착되었다.
다시 시작된 미행, 이번에는 그녀가 친구를 만난다. 그녀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더니 홈플러스 쪽으로 걷는다. 그리고 홈플러스 안으로 들어가지만 이미 홈플러스는 문이 닫혀있었기 때문에 들어 간지 몇 분이 되지 않아 나온다. 그러더니 홈플러스 주변을 계속 얘기를 하며돈다. 정말 계속 돈다. 그녀들은 강철체력을 가졌나보다. 그녀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돌 셈인가! 오히려 남자인 내가 지쳐간다. 노선을 변경하는가 싶더니 이번엔 GS25에 들어간다. 캔 맥주와 오징어를 사가지고 나온다. 그러고 나선 여자 둘이 파라솔에 앉아서 사다놓은 캔 맥주와 오징어를 뜯으며 뭐가 그리 좋은지 낄낄거리며 웃고 떠든다. 그만큼 돌면서 얘기하고도 얘깃거리가 또 있나보다.
그렇게 나는 또 20분을 기다린 것 같다. 드디어 헤어지는가보다. 하느님 만세. 나는 이쯤에서 미행을 접자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가는데 우연치 않게 그녀가 계속 우리 집 방향으로 간다. 나는 그냥 같은 방향이겠거니 생각한다. 정말 별 생각 없이 집에 간다. 그런데 계속 똑같다. 같은 아파트인가 보다. 그런데 점점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그녀가 자꾸 나를 힐끔거리며 뒤를 돌아보는 것 같다.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그녀가 갑자기 선다. 그리고 나선 날 한번 쳐다보고 나에게 오려는 듯싶더니 갑자기 전력질주를 하는 것이 아닌가. 뭐지. 나 정말 이상한 놈이 되어버렸다. 그녀가 생각하는 나쁜 뜻을 가지고 한 미행은 아니었지만 들키고 나니 실제로 스토커가 된 착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댓글 1개:

  1. 낯선이의 사적인 영역에 개입하다가 들켜버리면 끝내는게 일종의 룰이죠. 이 글을 그녀에게 보여준다면(허락없이 따라갔으니) 어느부분은 보여주고 어느부분은 못 보여줄지 생각해보세요. 다시 편집해도 재미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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